[정수린의 소셜미디어 WATCH] 기업의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적극적 의견 개진과 입장 표명, 기업에게 득일까? 실일까?

정치. 종교. 젠더. 흔히들 미국인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을 자제하는 주제들로 손꼽힌다. 사적인 모임도 예외는 아니다. 위의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족 혹은 친한 친구들 사이의 만남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할 수 있고, 자칫 대화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거나 감정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위의 세 가지 주제를 특별히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라면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미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에티켓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윤 추구가 기업 경영의 근본적인 가치인 만큼 기업의 이윤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정치/사회 이슈들에 대해 기업의 CEO가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또한 매우 이례적으로 CEO가 특정 정치/사회 이슈들에 대해 발언한다 하더라도 해당 발언이 가져올 파장들은 기업 경영과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감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자제하는 것이 기업 경영자와 PR 담당자가 오랫동안 당연시 여겨오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기업들의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이키의 사례가 가장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2018년 진행된 “Believe in More”의 캠페인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나이키는 중동 (“What will they say about you?”), 러시아 (“What are Girls Made of?”), 터키 (“This is us”)에 있는 약 90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한 후 3편의 영상 광고를 제작하게 된다. 3편의 영상 광고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세 나라의 여성 운동 선수들이 겪고 있는 편견, 고정관념, 그리고 사회적 제약들을 지적하고 양성 평등 (Gender Equality)과 여성들의 자기 권한 강화(Self-Empowerment)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나이키는 “Believe in More” 캠페인 이후에도 전 지구적으로 사회적 약자가 겪는 차별과 그들의 자기 권한 강화에 대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오고 있다. 미국 내 여성 운동 선수들이 겪는 차별과 선입견 대해 이야기하는Dream Crazier캠페인, 소수인종과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가 겪는 어려움에 더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You Can't Stop Us캠페인, 마지막으로 재일(在日) 한국인 동포와 혼혈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고립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The Future Isn't Waiting캠페인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나이키는 분명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자사의 특정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그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에게 유쾌한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나이키가 진행한 일련의 캠페인에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이 펼치는 부정적인 구전이나 상품 불매 운동이 자사의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는 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이슈화 하는 것일까?

나이키의 경우와 같이 기업이 자사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민감한 정치/사회 주제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내놓는 경우를 기업의 사회적 옹호 활동 (Corporate Social Advocacy: CSA)이라 일컫는다. CSA라는 개념은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의 Dodd 교수와 보스턴 대학의 Supa 교수가 2014Public Relations Journal에서 처음으로 제시하였으며, 현재 미국의 PR학계는 물론 업계에서도 해당 개념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에 대해 활발히 논의 중에 있다. 특히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와 논의에 따르면 CSA는 기업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Z 세대 (Generation Z)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의미한 소셜미디어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2020년에 발간한 미국의 Z세대 대한 보고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 세대들에 비해 Z세대는 개인의 정체성 (Identity), 인권 (Human right), 진보적 (Liberal)인 가치들을 중요시 여기며 사회/윤리적인 문제, 특히 인종 (Racial justice) 및 다양성 (Diversity)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소셜미디어와 함께 자란 세대인만큼 일상에서 대다수의 정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이고 있으며, 성인 Z 세대 (18-23)의 경우 그들의 약 40%가 소셜미디어 상의 정보만으로 구매 의사를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이 Z세대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과 사회/윤리적인 주제에 대해 소셜미디어 상에서 소통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CSA는 기업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Z세대의 문화와 공명하고 그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과연 CSA가 한국의 시장 환경에서 유의미한 소셜미디어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Z세대가 생산과 소비의 주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 과거 세대에 비해 사회/윤리적 주제 (e.g., 다양성, 공정)에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 또한 소셜미디어가 정보 획득과 구매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한국 시장 환경에서 CSA가 일정 정도의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만의 특수성, 곧 이념 갈등, 세대 갈등, 젠더 갈등과 같이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기업이 특정 이슈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입장을 표명했을 시 그로 인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기업의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적극적 의견 개진과 입장 표명. 과연 득일까? 실일까? 개인적으로 답을 쉽게 내기 힘든 질문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참고자료
[1] Bhargava, S., Finneman, B., Schmidt, J. & Spagnuolo, E. (2020). The young and the restless: Generation Z in America, McKinsey & Company. https://www.mckinsey.com/industries/retail/our-insights/the-young-and-the-restless-generation-z-in-america
[2] Dodd, M.D., & Supa, D.W. (2014). Conceptualizing and measuring “Corporate Social Advocacy” communication: Examining the impact on corporate financial performance. Public Relations Journal, 8(3). https://prjournal.instituteforpr.org/wp-content/uploads/2014DoddSupa.pdf
[3] Seib, G. F. (April 19, 2021). Why business leaders are taking political stands, The Wall Street Journal. https://www.wsj.com/articles/political-systems-failures-compel-corporate-activism-11618842598
[4] Waymer, D. & Logan, N. (2020). Corporate social advocacy as engagement: Nike's social justice communication, Public Relations Review, 47(1). https://doi.org/10.1016/j.pubrev.2020.102005

 

저자 소개
글쓴이 정수린은 현재 오하이오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략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위기/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펀드레이징 전략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미주리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에서 PR AE로 근무하면서 싱가포르관광청, 맥도날드, 제주국제영어학교의 어카운트를 담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