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코너] AI가 마케터에게 던지는 숙제

AI가 마케터에게 던지는 숙제

- 서헌주 박사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기고 - 

 

AI, 사람을 대체하다?

 

2016년 전 세계로 중계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해 칸 광고제에서는 ING 캠페인, 즉 AI가 만든 렘브란트 모작이 그랑프리를 휩쓸었다. 최근에는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국내의 주요 대기업, 그리고 중소 벤처기업까지 너도나도 AI에 뛰어들고 있다.

 

하나같이 AI의 우수성과 잠재성을 외치고 있다. 광고, 마케팅 관련 직무도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AI에 대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기대’와 함께 직무상실에 대한 ‘걱정’이 늘 서려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과장이 심하다’이다. 필자는 기술에 대해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앞서 빅데이터,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정착에 노력해 왔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마케팅과 관련한 AI에 대한 접근법은 걱정이 앞선다. 또다시 AI를 활용한 마케팅도 소문만 요란한 잔칫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너무 커서이다.

 

이미지: JWT Amsterdam, <The Next Rembrandt> 캠페인 영상 (2016), 칸국제광고제 수상작

 


 

우리 주변에도 AI를 마케팅, 리서치에 적용했다는 기업이 많은데?

 

많은 기업들이 AI를 마케팅에 접목한 서비스를 하거나,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내세운다. 일부 가전회사는 아예 AI가 탑재된 가전제품이라고 광고한다. 또 머신러닝, 딥러닝을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는 곳도 있다. 과연 이 모든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일까?

 

우선 AI, 머신러닝, 딥러닝, 알고리즘 등 범람하는 말 잔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 기업들이 앞다투어 용어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일반 소비자나 일선의 마케터들은 혼란스럽다.  AI라는 용어는 1950년대 다트머스대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이때의 정의는 ‘기계가 인간이 행동하는 것처럼 지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후 AI가 암흑기와 붐을 반복해 가면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고, AI의 개념도 복잡해졌다. 크게 분류하면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으로 나뉜다.

 

아이언맨 영화를 보면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인간 비서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데이터 처리와 조언을 실시간으로 한다. 이처럼 인간과 동등한 또는 인간을 넘어서는 완전히 자율적인 사고와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강인공지능이라 하고, 특정 과제에 한정해서 학습하고 연산해서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은 약인공지능이라 한다. 미디어는 인공지능이 마치 강인공지능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 많은 회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AI는 약인공지능에 가깝다.

 

과제지향적 정의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학습하고, 추론하고, 상호 작용하는 연산 장치이며, 여기에 이미지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와 같은 인간과 유사한 인지기능이 부가’된 존재이다. 반면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의 부분집합이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학습하며, 적합한 알고리즘을 찾아 해법을 내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딥러닝은 이 머신러닝의 한 방법론으로서 비정형화된 정보, 즉 자연어, 이미지 등을 학습과정에 포함시킨다. 알고리즘은 머신러닝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자동화된 연산 규칙이다.

 

즉 알고리즘에 따라 연산하고 구동된다라고 해서 머신러닝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머신러닝을 시키는 시스템이라고 해서 이를 AI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번져 있는데 해당 업체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비와 사업유지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공지능, 특히 강인공지능에 대한 비전을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와 같이 어려운 시스템도 있는데, 왜 마케팅에서는 안 된다는 건가?

 

우리는 자율주행차와 마케팅 업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더 어려운 과업(task)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라고 답할 것이다. 뭔가 중후장대한 것이 움직이고 자칫하면 인명의 손상까지도 올 수 있으니 자율주행차가 더 고급의 기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자율주행차의 과업은 명확하다. 출발지, 목적지, 도착하는 데까지의 경로, 경로별 현재 상황, 장애물에 대한 반응, 그리고 장애물 발견 시 즉각적 대처 시스템, 이것만 있으면 된다. 물론 필자는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필수적인 요소를 빠뜨렸을 수는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실수하면 안 된다’라는 신중함이 깃들어 있어서 그렇지 필요로 하는 정보는 그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다. 이 정보 중 일부는 이미 내비게이션에서 초보적이지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명확하면 기술이 이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더 정교화하고, 더 적시에 반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다듬어 내면 된다.  적어도 오늘날의 공학자들은 이 점에서는 신뢰해도 될 만큼 유능하다.

 

그런데 마케팅을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특정 브랜드를 구매한다고 했을 때, “그 브랜드를 왜 구매하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여러분들 중에 “그럴 것이다”가 아니라, “뇌 속의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패턴도 그때그때 다르다. 다시 말해서 첫째는 머신러닝을 하고 싶어도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지 않다.  행동결과만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둘째, 사람의 감정 반응은 뇌과학의 발전으로 많이 규명되고는 있지만 바닷속 세계와 같은 수준으로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사람의 감정 반응을 모사할 수 있을까? 셋째, 사람은 공감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거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공감이 일어나는 맥락을 명확히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는가?

 

결국 AI가 학습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몇 가지의 표상화된 정보, 리테일 데이터, 사람들의 행동 패턴 등 매우 개략적이면서 단순화된 정보에 불과하다. AI가 학습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데이터가 없다. 자칫하면 사람은 가격 할인과 추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매장 내 진열위치에 의해서 구매의사결정을 한다는 황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것은 다시 마케팅 활동의 단순화로 이어질 것이고 오랜 세월 동안 막대한 비용과 기업의 인내를 통해 구축해 온 브랜드 간 차별성은 사라져 갈 것이다.

 

이미지: 현대자동차 뉴스룸

 

 


 

마케팅에서 AI는 시기상조란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 AI가 강한 영역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AI가 취약한 부분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스스로 최면에 빠져서 전체 AI 기반 마케팅의 가능성을 싹부터 잘라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필자는 20여 년 전 글로벌 컨설팅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ERP, CRM, SCM과 같은 솔루션들이 핫할 때였고, 필자는 마케팅 전공자이니 CRM에 대해 무척이나 끌렸고, 그 가능성에 대해 큰 기대를 품었었다. 그러나 그 당시 대부분의 빅 펌들은 CRM의 가능성을 과장했고 지금에야 가능한 기능들을 밀레니엄 전환기에 가능하다고 우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CRM이 가지고 있었던 마케팅 철학, 실현 가능했던 고객관계 지원 솔루션들은 매우 중요했음에도 그것은 간과되고, 당시의 인프라로서는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모듈들만이 CRM을 대표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막상 CRM이 가능해진 지금, CRM은 현재 원래의 의미를 잃고 기존 고객관계 관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빅데이터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빅데이터는 마치 델포이의 신탁 같은 전지전능한 것으로 과장되었다. 하지만 특히 국내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빅데이터는 그중의 일부인 소셜 데이터였고, 일정 영역에서는 매우 강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되어서는 안 되었다. 이제 AI의 발달로 텍스트 데이터들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너무 큰 기대가 무관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결과를 낳았다. 소셜 데이터보다 더 큰 범위의 빅데이터는 소수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의 영역으로 남겨지고 대중의 관심도 투자도 잃었다. 결국 한국의 빅데이터 관련 산업은 중흥기를 이뤄야 할 때 일장춘몽의 기억이 되었거나, 빅데이터와 선을 긋고 빠르게 AI라는 새로운 화두로 배를 옮겨 타고 있다.

 

한국의 빅데이터와 AI 역량은 매우 뒤처진 수준이다.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드웨어, 부품, 통신 네트워크를 말할 뿐이지 플랫폼, 데이터, 소프트웨어는 들어 있지 않다. AI마저 자칫 엄청난 기대 속에 그 가능성이 조기에 과숙되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AI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객관적으로 쉬지 않고 수집하고 처리하고 정리하며, 특별한 징후를 알려줄 수 있다. 반면 AI는 사람보다 더 잘 설득하고 공감을 만들며 새로운 차원의 생각을 가져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관심이 AI가 사람을 만나는 접점에서의 역할에 더 쏠려 있다. 챗봇, 인공지능 상담원, 심지어 AI 크리에이터까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문제는 이 영역이 AI가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우리는 AI가 학습할 만큼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공감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도, 기록된 정보도 생산해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이 놓치기 쉬운 정보들, 매출의 급감 징후, 소비자 불만의 분출 징후, 신생 루키 브랜드의 위험성 등은 사람보다 더 잘 예측하고 조기에 경고할 수 있다. 또한 마케팅 대안들의 결과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더 객관적인 결론을 낼 수 있다. 이와 같은 영역은 매우 중요하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하나, 별로 신기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 Stanley A. Brown 著(2000),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PriceWaterhouseCoopers 刊 표지

 


 

AI가 마케팅의 조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AI를 통해 사람들은 더 많은 마케팅 정보를 더 객관적으로 받을 수 있고, 간과해 왔던 위기와 기회의 징후들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할 수 있다. 반면 AI 크리에이터는 신기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한 크리에이티브도 그 우열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AI는 사람들의 제작 작업을 더 빨리 더 능숙하게 할 수  있고 아마추어 크리에이터의 제작물을 프로페셔널의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AI와 사람이 더 잘하는 것은 분명하게 구분 지어지며, 사람이 약점을 가진 영역을 AI가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다른 영역에서도 AI의 개발과 발전방향이다. 무리하게 AI를 셀링 포인트로 삼거나, 사람보다 더 우월한 크리에이터나 전략가로 추앙하는 행위 자체가 AI의 발전을 위태롭게 만들고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AI는 분명히 마케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그 어떤 영역보다 비정형 데이터와 다양한 예측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AI는 사람들의 주관, 자아도취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적 요인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더 중요한 고객의 감성 이해나 더 나은 질의 마케팅 오퍼링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내에서 AI가 과거 CRM, 빅데이터 거품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마케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유능한 조력자가 될 것인지는 AI에 대한 환상을 걷고 AI의 진짜 가능성에 투자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은 진짜 가능성을 찾아 투자하고 매진할 때다.